나초, 인사드립니다.
아마 이 책을 펼친 분들 중에는 나를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.
그러니 첫 장에서는 아주 간단하게, 나를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.
나는 ‘나초’라는 키퍼명을 가진 파이키의 신입이자 막내 키퍼다.
‘나초’라는 이름을 갖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.
첫 번째는 미국 교환학생 시절의 기억이다. 그때 나초를 참 많이 먹었다. 카페테리아에서 친구들과 수다떨며 먹기도 했고, 별것 아닌 간식처럼 집어 들었다가 어느새 한 봉지를 다 비우기도 했다. 그래서인지 ‘나초’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 시절의 즐거웠던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.
두 번째는 나초라는 음식 자체가 가진 매력이다. 나초는 혼자서도 맛있지만, 과카몰리나 치즈 딥처럼 어떤 소스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된다. 또, 또띠아가 기름에 튀겨지면 나초가 된다는 사실이 꽤 재미있었다. 생각하지 못한 반전이랄까?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.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알고 보면 조금 다른, 예상하지 못한 반전 매력을 가진 사람. 그렇게 ‘나초’가 되었다.
키퍼명이 나를 설명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면, 파이키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이야기해보고 싶다. 예전에 파이키 4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[파이키와 40인의 파인더] 인터뷰 질문 중 이런 것이 있었다.
“스스로 어떤 탐험가라고 생각하나요?” 나는 정답을 찾기 위해 낯선 곳으로 기꺼이 뛰어드는 사람이다. 익숙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보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갔을 때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고 느낀다. 그래서 새로운 일을 앞두고 조금 겁이 나더라도 일단 해보는 편이다. 잘할 수 있을지는 그다음 문제다.
또 하나의 질문 “앞으로 이어질 탐험에서, 결정적 순간에 외칠 ‘열려라 참깨!’와 같은 마법의 주문이 있다면?”
내 주문은 “아니면 말고!” 살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기회가 아주 짧은 순간에 찾아온다. 그리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는 결국 그 순간 겁먹지 않고 손을 뻗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.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가능하면 적극적으로, 조금은 대담하게 살아가고 싶다. 돌이켜보면, 파이키와의 시작도 그랬던 거 아닐까?
2023년 5월, 파이키를 처음 만나다
파이키는 2021년, 지금과 같은 서순라길의 자리에서 시작했다. 그리고 나는 2023년 5월쯤, 처음 파이키를 찾았던 것 같다. 지금처럼 서순라길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전이었다. 지금보다 더 조용했고, 골목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공간처럼 느껴졌다. 처음에는 북카페인 줄 모르고 방문했지만, ‘북캠프’라는 이름 아래 많은 파인더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, 그 중 지금의 나에게 맞는 책장과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.
첫 방문 후 여러 번의 방문을 거치며 내가 느낀 파이키의 매력은 크게 네 가지였다. 사람, 공간, 콘텐츠, 그리고 F&B.
1. 사람
무엇보다 누구보다 친절한 키퍼들이 너무 좋았다. 키오스크와 빠르고 효율적인 문화가 익숙해진 요즘, 파이키에서는 오히려 사람의 정을 잔뜩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. 아직도 기억나는 날들이 있다(아마 그때의 키퍼들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). 빠더너스 모자와 후드집업을 입고 바 테이블에 앉아 있던 어느 날, 알밤이 자신도 빠더너스 팬이라며 먼저 따숩게 말을 걸어주었다. 별것 아닌 짧은 대화였지만,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. 또 연휴였는지 유난히 사람이 많아 북적이던 날, 먹맥이 “책 읽는데 불편하진 않으셨어요?” 하고 물어봐주었다. 돌이켜보면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었지만, 나는 파이키의 그런 사소한 다정함이 참 좋았다.
2. 공간
두 번째는 공간이다. 파이키의 통창 너머로 보이는 종묘 돌담. 계절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풍경. 날씨가 따뜻해지면 활짝 열리는 창문. 파이키에 앉아 있으면 계절이 바뀌는 것을 꽤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. 그리고 공간마다 역할도 조금씩 달랐다. 날씨를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야외 좌석에, 누군가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소파에, 책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면 테이블에 앉으면 된다. 그저 예쁜 공간을 넘어서 사람이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만든 섬세함을 갖춘 공간이라 느껴졌다.
3. 콘텐츠
세 번째는 콘텐츠다. 메뉴판 한쪽에 놓여 있던 MBTI별 탐험카드부터, 파이키 한편에 자리 잡은 북캠프까지. 돌이켜보면 이런 것들이야말로 내가 처음 파이키를 일반적인 카페와 다르게 느끼게 만든 요소였다. 점점 더 관심이 생겨 파이키를 탐험해보자 온라인에서 이어지는 데파클이 있었고, 오프라인에서는 리딩캠프가 열리고 있었다. 커피 한 잔 마시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,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고 내 이야기를 나누는 탐험을 할 수 있는 공간. 그게 파이키가 가진 특별함이었다.
4. F&B
마지막은 역시 F&B다. 파이키가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메뉴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. 그런데 나는 그 변화가 늘 좋았다. 계절에 따라 차가 바뀌고, 시즌에 따라 휘낭시에와 콩포트가 달라지고. ‘지금 이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것’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좋다.
한때는 화이트템플 티와 에이드가 나의 최애 메뉴였다. 그리고 화이트템플 티의 시즌이 끝난 뒤,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은 탐험라떼다. 꼬숩달달한 맛과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맛이라는 점이 좋았다. 그래서 파이키에 오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탐험라떼를 주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.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. 휘낭시에. 파이키의 휘낭시에는 직접 만들어서인지 정말 맛있다. 그중에서도 나의 최애는 단연 발로나초코 휘낭시에다. 혹시 아직 먹어보지 않았다면, 정말 한 번만 먹어보시길. 다들 휘낭시에 제발 드셔보셔라. 넘 맛있다.
그때의 나는 그저 파인더였다. 파이키를 점점 더, 꽤나 많이 좋아하게 된.